정비 맡겼는데 정비 불량으로 사고나면 누가 책임지나요?
자동차 정비를 받은 직후 사고가 발생했다면, 대부분의 운전자는 정비 불량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의심이 실제 배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문제는 책임 소재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 5개월간 접수된 자동차 정비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은 총 953건이다. 이 중 73.3%가 정비 불량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손상, 하자 재발, 도색 불량, 사고 복원 미흡 등이 주요 사례다. 피해 사례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으며, 2024년에는 전년 대비 40.3% 늘었다.
사례를 보면, 브레이크 패드 정비 후 소음이 발생해 재점검한 결과 조립 불량으로 등속조인트까지 손상된 경우가 있었다. 인증되지 않은 부품을 사용해 전기계통이 고장 난 사례도 보고됐다. 견적만 요청했는데 사전 고지 없이 비용이 청구되거나, 필요 없는 정비가 이뤄진 경우도 포함된다.
이처럼 정비 불량은 안전과 직결되지만, 실제 피해 보상이 이뤄지는 경우는 전체의 36.9%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조정 실패 또는 미합의로 종결됐다. 민사소송으로 간다면 통상의 손해(수리비, 렌트비 등)와 위자료 정도만 인정받을 수 있다.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책임 범위는 제한된다.
정비 불량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비 전후의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 정비 전에는 차량 정보, 정비 항목, 부품 종류 및 금액이 포함된 정비 견적서를 받아야 한다. 정비 후에는 명세서를 통해 실제 작업이 사전 안내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차량 인도를 받기 전, 직접 시운전을 통해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동차관리법상, 정비업체는 견적서와 정비명세서를 발급할 의무가 있다. 이를 지키지 않거나 허위로 작성하면 등록 취소 또는 최대 6개월의 영업정지,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실제 수리를 받은 정비소가 정식 등록업체인지 확인하고, 문제 발생 시 1372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구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자동차 정비는 단순한 기술 행위가 아니라 안전을 전제로 한 계약이다. 작업 결과에 문제가 있다면 손해배상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면 책임은 운전자에게 돌아온다. 의심이 들었을 때가 아니라, 정비를 맡기기 전부터 대비하는 것이 실질적인 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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