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안 끄고 주유하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자동차 주유소 앞에 붙은 경고 문구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이것이다. ‘시동을 끄고 주유하십시오.’ 어릴 적부터 봐온 문장이라 무심코 넘기기 쉽지만, 이 문구에는 실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동을 켠 채 주유한다고 해서 차가 곧바로 폭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폭발 가능성이 ‘0’은 아니다. 주유 과정에서 나오는 연료 증기와 전기적 장치의 불꽃이 만나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된다. 시동이 켜진 상태에서는 연료 펌프, 배기 시스템 등에서 미세한 스파크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 점화원이 연료 증기와 맞물릴 경우 실제로 불이 붙는 사례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법적 근거도 명확하다.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주유소에서 자동차의 시동을 끄지 않고 주유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단속 대상은 차량 운전자이며,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시정명령에 불응하거나 반복 위반 시 처벌 받을 수 있다.
자동차 시동을 끄지 않고 주유할 경우 차량 내부의 전자기기들이 계속 작동하면서 주유 과정에 불필요한 전압을 공급하게 된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전기차처럼 복합 전력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은, 일반 차량보다 더 복잡한 전기 흐름을 가지기 때문에 안전 여유가 좁아진다. 단 한 번의 불꽃이 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사고가 발생했냐”는 반문도 있을 수 있다. 2025년 8월 강남 주유소에서 기름 넣던 람보르기니에서 화재가 났다. 해당 주유소 업주의 말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시동을 끄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이처럼 확률은 낮지만, 한 번의 방심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결국 ‘시동을 끄라’는 지시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다. 자동차 제조사와 소방청, 주유소 운영지침 모두가 이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고 사고가 발생하면 과실 책임도 운전자에게 전가된다. 과태료를 떠나서, 보험 처리와 형사 책임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유소는 연료를 다루는 장소인 만큼, 기본적인 안전 수칙은 지켜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시동을 끄는 일이다. ‘폭발’이라는 단어는 과장이지만, 그 과장이 현실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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