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로 정차 중 밀림 현상, 정상과 고장의 구분법
언덕길에서 정차 중 차가 뒤로 밀리는 현상은 단순히 미션 고장으로 단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자동변속기 차량이라도 일정 이상의 경사에서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뒤로 움직이는 것이 정상 범위에 해당한다. 변속기의 구조상 크리핑 토크보다 경사로에서 차량에 작용하는 중력이 더 크면 마찰 요소들이 버티지 못하고 슬립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불량이 아니라 구조적 특성에 가깝다.
다만, 경사로 밀림 방지 기능(Hill Start Assist)이 있는 차량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엑셀로 옮기는 몇 초간 제동 압력을 유지해 뒤로 밀림을 방지해 준다. 최근 출시된 차량 대부분에 적용되는 기능이지만, 없는 차라면 사이드 브레이크를 활용하거나 양발 운전으로 보완해야 한다. 실제로 브레이크에서 발을 완전히 떼고 출발하면 1~2초간 미끄러지는 것은 오래된 차량에서 흔히 나타나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이와는 별개로 제동계통의 이상으로 언덕길에서 과도하게 밀린다면 이는 경고 신호다. 브레이크액 부족, 에어 혼입, 패드 마모, 캘리퍼 압력 저하가 대표적인 원인이다. 브레이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경사에서 밀림 정도가 커지고 제동 거리가 늘어난다.
이런 경우 브레이크 오일 보조탱크의 잔량 확인, 경고등 점등 여부, 패드 두께 점검이 우선이다. 마스터 실린더 내부 씰 불량으로 압력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페달을 밟았을 때 서서히 바닥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동반된다.
또한 주차 브레이크 점검도 필요하다. 전자식 EPB든 기계식 레버든 라이닝이 닳거나 케이블 장력이 풀리면 언덕길에서 차량을 제대로 고정하지 못한다. 실제 사고 사례에서도 주차 브레이크 불량으로 차량이 뒤로 움직여 접촉사고나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경우가 반복적으로 보고된다. 특히 대형차나 화물차에서는 이 위험이 더 크다.
결국 언덕길에서 차가 밀린다면 우선 정상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제동 성능 저하나 브레이크 불량인지 구분해야 한다. 단순히 변속기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가면 불필요한 수리비를 떠안을 수 있고, 반대로 브레이크 이상을 놓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기본 점검 순서는 브레이크 오일, 패드, 마스터 실린더, 주차 브레이크 순이다. 그 이후에 변속기나 출력 문제를 의심하는 것이 순서다. 작은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는 것이 경사로 사고를 막는 가장 중요한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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